중년의 명절, 중년의 추석, 중년의 보름달..등 3편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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작성자 이채 댓글 0건 조회 41회 작성일 20-09-18 14:20본문
중년의 명절, 중년의 추석, 중년의 보름달..등 3편 / 이채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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중년의 명절
시 / 이채
말이 없다 해서 할 말이 없겠는가
마음이 복잡하니 생각이 많을 수밖에
고향 산마루에 걸터앉아
쓸쓸한 바람 소리 듣노라니
험난한 세상, 힘겨운 삶일지라도
그저 정직하게 욕심 없이 살라고 합니다
어진 목소리, 메아리 같은 그 말씀
가슴 깊이 새기며 살아왔기에
떳떳할 수 있고 후회 또한 없다지만
이렇게 명절이 다가오면
기쁨보다는 찹찹한 심정 어쩔 수 없습니다
부모·형제 귀한 줄 뉘 모르겠는가마는
자식 노릇, 부모 노릇
나이가 들수록
어른 노릇, 사람 노릇
참으로 생각처럼 쉽지만은 않습니다
세상은 뜻과 같지 아니하고
삶이란 마음 같지 아니하니
강물 같은 세월에 묻혀버린
내 젊은 날의 별빛 같은 꿈이여!
올해도 빈손으로 맞이하는 명절
그래도 고향 생각 설레어 잠 못 들까 합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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중년의 추석
시 / 이채
고향에 가야 추석인가 보네
지상에서 가장 착한 별과
지상에서 가장 어린 달이 뜨는
고향에 가야 비로소 나를 볼 수 있네
빨갛게 익은 감나무 아래에서
수북이 쌓인 감잎으로
살아온 날들의 외로움을 묻고 싶다네
그 진한 흙내음으로
몇 겹의 가슴인들 못 묻으랴
오래 살수록
주름이 늘고 깊어가는 사람이여!
살면 살수록
울고 싶은 일도 많아지는 것일까
고향집 뒤뜰을 돌아서던 날
그 뜨거운 눈물을 잊을 수 없다네
고향 산천을 생각만 해도
가슴 찡한 눈물이 고여오는 것은
어느새 나도 늙어가는 탓이리
너무 오래도록
너무 멀리 떨어져 살아왔어도
추석이 오면 고향이 그리워지네
그 언덕 푸르던 밤톨 같던 벗들아!
추석이 오는 이맘때면
너도 나처럼 고향이 그립더냐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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중년의 보름달
시 / 이채
보름달은 여전히 크고 둥근데
나이가 들수록
사람의 마음은 왜 이렇게 작아지는가
모난 세상에서도 둥글게 살고 싶었고
힘든 삶이라도 밝게 살고 싶었건만
해마다 이맘때가 되면
생각은 많아지고 왠지 모를 눈물이 납니다
어릴 적 모습은 기억에서 가물거리고
나보다 훌쩍 커버린 자식 앞에서
추억에 젖어들기엔 오늘도 무거운 현실
부모님께 다하지 못한 효도와
자식에게 잘해주지 못한 미안함으로
추석이 오면 더욱 가슴이 아파옵니다
살다 보면 좀 나아지겠지 하는
기대와 희망도 다만 기대와 희망일 뿐
올해도 한잎 두잎 떨어지는 쓸쓸한 낙엽
삶은 결코 달관할 수 없고
세상을 결코 이길 수 없다 해도
중년에도 남아 있는 달빛 젖은 꿈 하나
돌아갈 수 없는 세월이 그립고
살아갈 날은 더욱 허무할지라도
묵묵히 나의 삶에 충실하다 보면
언젠가는 내 마음에도 보름달이 뜨겠지요
먼 훗날 넉넉한 생애 보금자리에서
환히 비추는 그 보름달을 만나고 싶습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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